우리가 에고라고 부르는 것은 개인적인 자아이다. 거기에서 더 나아가 우리는 전통적으로 참자아, 대아라 불리는 것을 추구한다. 이 대아大我는 비개인적인 자아이다.
그런데 개인적이건 비개인적이건 자아라 불린다는 것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인데, 이때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보고 분별한다’라는 기능이다. 그리고 그 기능 아래에는 주객분리主客分離라는 마음의 법칙이 있다. 분별은 주객분리가 일어났을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주객분리에서, 개인적 경험에 물든 주체일 때는 ‘개인적 자아’가 된다. 반면 주主가 거울처럼 순수히 보기만 하는 주체로 남을 때 ‘비개인적 대아’이다. 이때는 주체라는 ‘느낌’도 없다. 힌두교와 서양에 널리 알려진 참자아, 참나의 개념은 바로 이 비개인적 주체를 말한다. 비개인적 주체가 발견되면 거기 개인성으로부터의 자유와 황홀이 있다. 그리고 이때부터 비로소 개인성의 '자아'를 마음의 도구로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자아'가 마음의 한 '부분'으로 느껴지기때문이다. 마치 내 '손'이 나의 한 '부분'이기에 '사용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과 같이, 마음의 한 '부분'인 '자아'를 필요에 맞추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자아'의 필요에 끌려다니게 된다.
그러나 자아를 넘어서 비개인적 주체 역시 마음에 존재하는 현상이고 기본적으로 '마음의 분열'에 기반한다. '개인성을 넘어서' 있기는 하나 마음에 어떤 '현상'이 일어났다는 점에서는 개인성과 유사하다. 그래서 이제 이러한 현상마저 넘어서면 '깨달음마저도 없다'고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원천은 무엇인가? 그것은 분열이 일어나기 전, 미지의 세상에 있다. 이 미지未知로부터 미묘한 인연에 의해 주객이 분리되고 거기서 모든 세계가 우리 마음에 현상화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정한 인연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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