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00년12월18일19시22분 등록기사
[NGO] 회원제 신용화폐 '지역통화' 도입 활발
엔지오들이 주민운동의 주요한 고리로 지역통화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역통화는 80년대 캐나다에서 실업자와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시작된 것으로 작게는 몇몇 사람이, 크게는 주식회사 규모로 자신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를 발행해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체계다.
가장 활발한 곳은 인천이다. 실업극복인천본부는 지역통화운동을 통해 실업자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인천시로부터 1억2천만원을 지원받아 8개구에 지역화폐 도입을 위한 본부를 준비중이다. 또 인천평화의료생협, 푸른생협, 인천생협 등 이 지역 7개 생활협동조합은 지역통화 도입을 위한 연대기구를 구성해 협동경제 시스템으로서 이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 연대기구는 전국의 지역화폐 도입지역에서 제공하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지역화폐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인터넷 사이트(www.inanum.net)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연대회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한 인하대 교수는 “앞으로 의료생협은 지역보건의료와 관련된 지역화폐를 도입하고 다른 생협도 각자의 특성에 맞는 지역화폐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 생협이 서로에게 필요한 자원들을 제공하게 되면 이 자체가 안전망일 뿐 아니라 친환경적인 경제네트워크로 기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녹색소비자연대, 인천YMCA, 인천 카톨릭 환경연구소, 성남품앗이 등에서도 지역화폐 도입을 추진중이다.
한편 인천지역 엔지오들은 이달초 지역화폐의 본격적인 도입을 위한 운영본부를 만들었다. 또 이에 앞서 지난 11월 23일부터 사흘간 쓰던 물품을 교환하는 `아나바나 장터'를 열어 지역화폐를 매개로 물품교환을 하는 실험도 진행한 바 있다.
서울 지역의 엔지오들도 지역화폐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우리 나라에 지역화폐를 처음 도입한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을 비롯, 한국불교환경교육원, 관악지역화폐, 열린사회시민연합, 송파품앗이 등 9개 단체가 이미 이를 도입해 운용중이며 성북청년회(909-2818)를 비롯 주민운동 단체들이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지역화폐를 쓰고 있는 9개 단체는 최근 `서울 지역통화 연대회의'를 만들어 이의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연대회의는 1일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종로구청 구민회관에서 `지역통화의 거래 모형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이 음악회는 문화행사가 지역통화를 통해 어떻게 치러지는 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사였다.
실제 이 음악회는 입장권 가격을 1만지역통화(fm)에 판매했고 가수들에 대한 출연료 가운데 50%를 지역통화로 지급하기도 했다.
곽형모 미내사 지역통화 홍보실장은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지역통화가 실업자와 저소득층에게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받아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풀뿌리 주민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지역통화의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복기 기자bokkie@hani.co.kr
미내사소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