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지역화폐-캐나다에서 온 ‘신뢰 경제’
[경향신문 2004-07-11 16:04]
지구촌 곳곳에서 작은 공동체의 ‘지역화폐(LETS: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 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화폐 또는 지역통화란 특정 집단내에 통용되는 화폐로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하는 체계를 가리킨다. 실제 돈을 찍어내지는 않고 대개 계좌로만 관리한다.
물품을 사거나 서비스를 받으면 처음에 마이너스(－) 계좌가 된다. 다음에 서비스를 하거나 물건을 주면 플러스(+)로 바뀐다.
일반 화폐와 달리 필요하면 얼마든지 자체 지역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 물론 당사자 사이의 신뢰에 기초하므로 신뢰가 낮은 사람은 거래가 어렵다. 원하면 거래 내력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이자가 없는 것도 기존 화폐와 뚜렷한 차이다. 상품·서비스를 빌렸다고 언제까지 갚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지역화폐는 보통 현금과 같은 가치로 교환된다. 거래 가격은 당사자간 합의로 따로 정해도 된다.
지역화폐 공동체에서는 100% 현금 거래는 삼간다. 품앗이 의미가 없어지는 탓이다. 너무 비싼 것은 10~50%만 지역화폐로 처리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내면 된다.
원칙상 거래 내역을 운영자에게 알리지 않고 회원끼리만 몰래 주고받는 것은 금한다. 마이너스(－)가 쌓인 회원이 누군가와 짜고 허위로 플러스 거래를 한 듯 속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983년 캐나다 코목스밸리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마이클 린턴이 지역화폐운동의 선구자로 통한다. 현재 캐나다·미국·호주·프랑스·네덜란드 등지에 3,000여개 레츠가 있다.
국내에는 지난 96년 녹색평론에서 처음 소개한 뒤 98년 3월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임’(미내사)에서 ‘미래화폐(fm)’로 출발했다. 외국에서 들여온 개념이지만, 한편으론 두레나 품앗이 전통을 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전 한밭레츠 ‘두루’를 비롯, 안산 고잔품앗이 ‘고잔머니’, 서울 송파구 송파품앗이 ‘송파머니’, 경남 진주시 ‘상봉레츠’, 녹색대학 ‘녹색화폐 사랑화’, 광주의 ‘나누리’, 녹색연합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작아장터’ 등이 있다.
가장 활발한 편인 한밭레츠는 전체 거래가의 30% 이상을 두루로 결제토록 한다. 2만원 연회비를 낸다. 거래가 성사되면 등록소에 보고하고 거래 액수의 5%를 공제, 등록소 운영비에 충당한다.
〈전병역기자〉
|
미내사소개
